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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남 대위 부부,10년간의 헌혈사랑

法光 2007. 6. 9. 22:21

조정남 대위 부부, 10여년간의 헌혈사랑


다정한 남편과 아내, 그리고 밝게 웃으면서 뛰어노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빠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도 환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의 가족입니다. 강원도 산골마을.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산밖에 없고, 문화적인 풍요로움도 부족한 이곳에서 선배의 가족이 자리를 잡은 건 2년 전입니다. 하지만 선배의 가족을 보고 있자면 ‘나도 빨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해집니다.

어느 날 저는 선배에게 “선배님은 항상 즐거워 보이시네요. 비결이 뭐예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선배는 “나?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닌데. 언젠가 TV를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난치병 환자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TV에 나오는데 왜 그렇게 마음이 아픈지. 생각해보니 우리 주변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 나는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있잖아”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선배님 말대로라면 저도 행복해야겠네요. 한 10년 동안 병원은 구경을 해본 적이 없으니”라고 말했습니다. 선배는 “하하. 너도 몸 하나는 튼튼한가 보네. 그럼 너도 헌혈 한번 해볼래?”라며 헌혈을 제게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네? 헌혈이요? 난 피 뽑는 건 싫던데…. 괜히 꺼림칙 하잖아요”라며 조심스레 답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선배는 등록헌혈회원으로 50회가 넘는 헌혈로 사랑을 실천하여,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수여하는 금장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건 두 아이의 엄마노릇과 가정살림에 힘든 형수도 30회에 가까운 헌혈을 했다는 것.


선배는 “언젠가 아내랑 같이 TV를 보는데 백혈병 어린이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바로 옆방에서 자고 있는 현우와 현아가 만약 저런 병에 걸렸다면 내 심정이 어땠을까? 저 아이들의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물론 그 전에도 헌혈을 하고 있었지만, 그때가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어”라며 헌혈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습니다.

이어 “결국 그 주 토요일 아내와 함께 헌혈의 집을 찾아가 등록헌혈회원을 신청했지. 그 후로 아이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헌혈을 하러 갔어. 엄마, 아빠가 헌혈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싶은 마음에. 그때부터인 거 같아.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즐겁게 살아간다는 걸 배운 건”라고 설명했습니다.

육군 12사단 화학지원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조정남 대위의 이야기입니다. 부대 업무를 총괄하는 정작과장이라는 보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대학시절 시작해 아내와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꾸준히 계속해 온 헌혈이 지금까지 총 52회. 남편과 함께 헌혈을 한 아내도 어느덧 24회.

푸른 군복을 입고 우리나라 국토 최전방에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면서, 자기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헌혈을 하고 있습니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놀고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을 10살배기 아들 현우와 8살배기 딸 현아에게 더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는 멋진 아빠. 바쁜 부대업무 속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정함으로써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하는 자상한 남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결혼할 나이가 된 젊은 청년으로서 행복한 가정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선배를 닮고 싶습니다.

도깨비뉴스 독자= 한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