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눈뜨는 소리
-미상, <悟道頌 깨달음의 노래>
雨過雪山濕 泉鳴石竇寒
秋風弘葉路 僧踏夕陽還
비 지난 설산은 젖어있는데
샘물은 울어 돌 틈은 스늘하네.
가을 바람 붉은 낙엽 길
스님은 석양을 밝고 돌아오네.
그대여 `마음이 눈뜨는 소리`를 들어보셨는지요.
마음이 눈뜨는 소리는
우리 내면 속으로 흐르는 영혼의 소리일 것입니다.
삶과 영혼이 새로운 깨침으로 열리는 소리,
새로운 느낌으로 깨어나는 소리…!
시 속에는 그런, 마음의 눈뜨는 소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런 소리가 많고 깊을 때라야 그 시의 정감 또한 깊고 그윽할 것입니다.
시란 결국 그 마음의 눈뜨는 소리를 담는 언어의 그릇이 아닐런지요.
늘 그러하듯 우리의 마음은 가슴 안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밖으로 흘러나와 어떤 풍경 속에 정감의 물드는 소리로 들어앉습니다.
어느 스님의 이 오도송 속에는 그러한,
정감의 물드는 소리가 풍경의 속살을 뒤집고서
그 속으로 들어앉는 은은한 붉은 빛으로 다가옵니다.
`설산(雪山)`이란 석가모니가 고행했던 `히말라야 산`에서 나온 말로
여기서는 승려가 수행하는 곳을 이름일 것입니다.
그 깨달음의 설산이 비에 젖어 촉촉한 물기로 눈뜨고
불어난 샘물은 더욱 돌 틈 사이로 차갑고 맑은 소리를 울려 올립니다.
그 샘물 소리가가만가만 걸어 다니는 가을 바람의 청량한 붉은 낙엽 길을
승이 석양빛을 밟고서 돌아옵니다.
계절의 가을 눈썹을 지나 저물 녘 시간의 안쪽 길섶으로 돌아드는 승!
승이 거느리고 오는 그 풍경 속엔
어떤 마음의 눈뜨는 소리가 숨어있는 것일까요.
깨침의 노래, 오도송(悟道頌)인데도
시인은 아무런 깨침의 말을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가을비로 씻어 정결한 설산에 샘물 소리만 맑게 울리고
붉은 낙엽 길에서 저물녘의 노을 빛을 지긋이 밟고서 승이 홀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의 마음의 눈뜨는 소리는 그렇게 밖으로 흘러나와
풍경 속 물드는 소리로 깊이 들어앉아서 고요한 정경으로만 그려집니다.
그 영혼의 얼굴이 되었던 풍경…!
그렇게 그의 마음이 눈뜨는 소리는
저 시 속 풍경과 온전히 하나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비 젖은 설산과 불어난 샘물과
가을 바람 기우는 낙엽 길과 발에 밟히는 다순한 노을…,
그 속살 속에 담겨진 마음의 눈뜨는 소리!
그래서 우리가 그 깨침의 말,
마음이 눈뜨는 소리를 살짝이 들어보려면 단지,
`저 마음의 눈뜨는 소리 속에 있는 풍경 속`으로
깊이 젖어드는 것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리하여,
그대여 저 밖에 있던 풍경이
마음이 눈뜨는 안의 소리로 변해버린 깨달음의 다소로운 풍광 속으로,
우리 함께 소롯이 거닐 수 있도록….
자료출처 -<한시의 그늘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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