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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있는가 없는가

法光 2009. 10. 4. 02:45

마음은 있는가 없는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마음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마음은 쉴 새 없이 활동하고 있으니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가 바쁘게 마음을 쓰고 있지만
마음은 항상 텅 비어있으니 있다고 말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마음이 텅 비어 있으나
항상 쓰고 있으니 우리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의 마음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아함경]



우리 마음의 실체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
올바로 알아야 올바로 다스릴 수 있고,
마음의 놀음에 놀아나지 않을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본성을 깨달을 수 있다.

이렇게 항상 마음을 내며 늘상 쓰고는 있지만
도대체 마음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마음을 쓰는 작용을 마음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쓰여진 마음을 내 마음이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있는가.

마음이란 항상 변하게 마련이다.
인연 따라 항상 변하는 것이 마음의 실체이다.
선한 마음으로 딱 정해진 바도 없으며,
악한 마음으로 정해진 바도 없다.
인연 따라 어떤 때는 선했다가
또 어떤 때는 악했다가 실체 없이 반복될 뿐이다.

그러니 마음의 실체는 없다.
그러나 없다고 하면 이렇게 쓰고 있는 이 마음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 마음은 다만 인연의 모임일 뿐이다.
인연 따라 마음을 내는 것뿐이다.

인연이 다하면 마음도 멸하므로
인연 따라 잠시 모여진 것을 보고 마음이라 이름붙일 수는 있겠지만
그 실체는 텅 비어 공(空)한 것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가 항상 내고 있는 이 마음을
우리는 ‘나’ ‘내 마음’ 하고 집착하고 있지만
사실은 실체 없이 인연 따라 오고가는 것일 뿐,
그것이 나는 아니다.

마음이 어떤 인연에게 선을 행한다고 스스로 자랑할 것도 없고,
어떤 상황에서 악을 행한다고 좌절하며 괴로워할 것도 없다.

마음은 다만 인연 따라
실체 없이 선도 악도 행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마음이 ‘내 마음’이라고 착각하여
거기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나에도,
내 마음에도
집착할 바가 없다.
집착하지 않으면 자유롭다.

***

활짝 열어 둔 창을 통해
밤새도록 바람이 산들 산들
불어오며 몸을 얼굴을 스치곤 합니다.

바람이 숲의 초록 생명들에게
법문을 하는 것인지, 말을 거는 것인지,
아니면 연애를 한 번 걸어 보자는 것인지,
어제부터 줄기차게 속삭이고,
숲의 나뭇잎들도 싫지 않은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함께 산들거리며 춤을 춥니다.

바람이 좋습니다.

때때로 호흡을, 몸과 마음을 지켜보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이렇게 때때로 바람이 불어 올 때는
눈에 비친 바람과 숲의 조화로운 몸짓들로
관찰의 대상을 바꾸어 보는 것도
아주 흥미로운 공부가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잠깐 하던 것을 멈추고,
하던 생각을 멈추고,
잠깐 돌이켜 호흡을 지켜보거나,
자연을 지켜보거나,
일어나는 생각들을 지켜보거나,
들려오는 소리를 지켜보거나,
그렇게 지켜보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이야말로
삶을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평화로 바꿀 수 있는 경이로운 전환이 됩니다.

산들산들 불던 바람이
방금 전 파도치듯
한번 거세게 휘몰아치고 가네요.

이제 법회 갈 시간입니다.
매주 일요일은 법회가 다섯 번씩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법우님들의 휴일도
부처님 가르침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들어 보세요.

 

-부석사 법상스님-

 

                                                                            티벳 천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