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대로 거둔다.
뿌린 대로 거둔다
일면스님
‘잘 되면 내 탓, 잘못 되면 조상 탓’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요즘 TV을
보다보면 이런 사례들을 참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TV의 오락프로에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아주머니가 나왔는데, 출연진들이 무슨 귀신이 들렸다고 하면서 귀신을 내보냈다고
하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가
오락프로의 소재가 될 수 있는지 그 자체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행위의 원인과 결과의 중심에 자기 자신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가 뿌리고 거두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불교는 믿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기를 조금만 더진지하고 솔직하게 들여다본다면,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의 배후에 귀신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나에게 나타날 때에는 그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원인이 되는 것이 시간적으로 가까울 수 있고, 아니면 아주 먼
옛날의 일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 행위의 결과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누가 봐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아주 적은 영양이어서 생각하지 못할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인은 멀고 가까움이나 크고 작음과는 별개로 나에게 오는 모든 문제는 그 원인이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부정하면 안 됩니다.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지 않고 밖으로 원인을 찾아다니게 되면 문제 해결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지게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조상의 영(靈)이나 귀신이 붙어서 건강이 나빠진다거나, 어떤 문제가 복잡하게 꼬이는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지 않고 밖으로 핑계를 찾는 것은, 스스로가 어리석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더욱 꼬이게 되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에게 원인이 있다는 책임감을 조금은 피해가고 싶어 하는 심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이런 책임회피가 개인의 심리적인 차원에서 머무리지 않고, 사회적인 병리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뭐든지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는 것은 남의 탓으로 돌려버리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사회곳곳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내 스스로의 사고방식과 생활태도가 문제가 되어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렇기에 문제의 해결 또한 나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가을이었으면 합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