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교계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터무니없이 많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어 불교계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유 장관은 불교계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낙후된 시설을 개보수하는 템플스테이관 건립과 관련해서는 “호텔”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템플스테이를 ‘호화사치 사업’인 것처럼 비하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유 장관은 최근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을 저지하기 위해 문광부를 방문한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임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템플스테이가 운영되는 사찰) 몇 군데를 다녀보니 템플스테이용으로 짓는다고 하면서 너무 크게 짓고 있더라”며 “그래서 더 이상 짓는 것은 곤란하며 새로 짓는 것은 못하게 하라는 지침을 줬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사찰이) 기존에 갖고 있던 방이나 화장실이 불편하면 고치는 정도로 해야지 호텔처럼 20~30개나 되는 방을 새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유 장관이 “대구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과 관련해선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췄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팔공산 불교테마공원은 이름 자체부터 잘못됐다”면서 “초조대장경을 복원하는데 어떻게 600억 원이나 들어가나. 사업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유 장관은 또 “그동안 종교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개신교 목사들이 정말 많이 양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마치 종교간 갈등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오히려 불교계에 있다는 뜻을 내비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종평위 손안식 공동위원장은 “전통문화 계승의 차원에서 추진한 템플스테이를 마치 개혁의 대상인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템플스테이 활성화는 대통령의 공약 사항임에도 이를 비하하는 것은 주무장관으로서 결코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손 위원장은 또 “지금까지의 종교 갈등은 개신교 목사와 특정종교에 편향된 공직자들에 의해 발생했다”며 “이제 와서 무엇을 참고, 또 무엇을 인내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진위를 파악한 뒤 공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문광부는 유인촌 장관의 발언에 대한 해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유 장관의 발언이 대부분 사실”이라고 공식 밝혀, 향후 불교계의 공분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광부 김동규 종무관은 6월 16일 오후 5시 교계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국민일보의 보도 내용이 일부 확대된 부분은 있으나 대부분 사실이다”며 “이 신문에 대해 반박하거나 정정보도를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김 종무관은 “유 장관의 발언은 템플스테이를 지원하는 데 있어 시설건립에 따른 예산을 줄여가겠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프로그램과 홍보에 대한 지원은 현행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 지원 예산 부분은 많고 적음을 떠나 사업에 대한 충분한 타당성 검토를 통해 집행되는 것”이라며 “주무부서 장관이 개신교 목사를 만나 마치 불교계에 특혜를 준 것인냥 발언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053호 [2010년 06월 16일 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