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휴게실

[신년특집]2008년 새아침, 선재의 발원

法光 2008. 1. 2. 23:14

 



“베풀고 닦고 배우고 이루며 살겠습니다.”


불기 2552년, 서기 2008년, 무자(戊子)년, 쥐띠의 해.

한 해를 규정하는 이름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디 이름뿐이겠습니까? 사람마다 새해를 맞는 다짐과 감회가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한 중생도 차별하지 않는 부처님의 자비광명은 새해의 첫날에도 우주법계를 두루 비추어 줍니다. 새해 새 아침, 선재는 작은 손으로 또박또박 가슴에 발원의 글귀를 새겨 봅니다. 모든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빠짐없이 세우신 네 가지 큰 서원(四弘誓願)을 선재도 세워 봅니다.


“베풀며 살겠습니다.”

선재는 지난 날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돌이켜 봅니다. 말로는 이웃을 위한 삶, 자연 환경을 위하는 마음가짐을 떠들었지만, 막상 얼마나 실천했는가를 되짚어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차 안에서 혹은 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과 노숙자를 보면 눈을 돌렸고, 길에 슬며시 휴지를 버리거나 음식물을 지나치게 남기고 오물을 함부로 투기한 일도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선재는 새해 아침에 다짐해 봅니다. 자신의 생활을 바르게 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피해 받는 이웃이 없게 하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렇게 날마다 ‘베푸는 삶’을 다짐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선재의 베푸는 삶이 이어지는 한 일체중생이 다 제도되는 날은 반드시 올 것이란 것을.


“닦으며 살겠습니다.”

선재는 또 생각해 봅니다. 나는 얼마나 굳은 신념으로 정진해왔는가? 들끓는 무명번뇌에 휘둘리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수행이 부족한 탓임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번뇌를 끊으려 하기보다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하며 지식으로 이해하고 이론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현실에 안주해 온 자신의 나약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수행의 방법을 몰라서도 아니고 수행의 필요성을 무시해서도 아니지만 늘 마음을 다잡고 정진하기보다는 닥쳐 온 상황을 모면하데 열중했던 지난날을 깊이 참회했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생활 현장에서 늘 수행의 자세를 버리지 않겠노라고. 늘 밝고 곧은 것을 생각하고 한시도 악에 물들지 않고 연꽃처럼 드높은 기상으로 정진하는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합니다.


“배우며 살겠습니다.”

선재는 향을 사르고 생각해 봅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알았으며 또 무엇을 더 배워야 할까?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배운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머릿속에 지식으로 남은 것도 떠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선재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 봅니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경전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어록을 통해 조사들이 말하는 ‘진면목’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차츰 머리가 맑아져 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살아 있는 매순간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는 삶을 살아가겠노라고. 자신이 먼저 깨어 있어 무엇이든 배우고 그 배움으로 지혜로 승화시켜 자비의 삶을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이루며 살겠습니다.”

선재는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에 잠깁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원하는 것은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이루어진 것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이유도 있고 터무니없이 큰 것을 바랐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선재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위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매진하지 못한 적이 훨씬 많음을 돌이켜 반성합니다. 그리고 이루는 삶을 위해 자신에게 알맞은 것을 목표로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치는 삶을 다짐합니다.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에게 송곳 같이 엄한 삶을 다짐합니다. 선재는 큰 것을 이루기 위해 남을 해치는 것보다는 작은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자세를 더 귀하게 여기겠다고 자신과 약속합니다.


2008년 새아침, 선재는 기쁩니다.

살아 온 날들을 돌이켜 살피고 살아갈 시간들에 네 가지 큰 발원을 새겨 넣으며 선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충만하게 차오르는 희열을 느낍니다. 네 가지 큰 발원은 자신만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중중무진의 인드라망 속 하나의 구슬 속임을. 그리고 선재는 굳게 믿습니다. 자신이 세우는 네 가지 큰 발원이 빛을 발하여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줄 것을.


[발취]붓다뉴스

'마음의 쉼터 > 휴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지금이 그때라네  (0) 2008.01.07
[스크랩] 108배~~  (0) 2008.01.07
[스크랩] 새해 아침에... _()_  (0) 2008.01.01
새해 아침에... _()_  (0) 2008.01.01
[스크랩]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책^-^  (0) 200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