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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우정.

法光 2008. 4. 17. 22:28

'피보다 진한 우정'…가족도 외면한 루게릭 환자 돌봐

[CBS TV 김동민 PD]

최경자(58)씨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을 여의고 남편과 이혼을 하면서 여자 혼자 몸으로 가정을 책임져야 했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2003년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면서 경자 씨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말을 할 때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고, 충격적인 진단 내용을 듣게 됐다. 온 몸의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다 결국엔 식물인간 상태가 되고 만다는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것이다.

원인도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치료법도 없는 루게릭병은 씩씩했던 경자 씨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로 만들었다.

▲ 가족 외면, 아는 동생이 지극정성 간병

진단 받던 해 가을, 경자 씨의 왼팔이 마비됐다. 그후로 마비 증상은 걷잡을 수 없이 온몸으로 퍼졌고, 현재 경자 씨는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전혀 없다. 그런 경자 씨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사람은 김종진(45) 씨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가족조차 외면했던 경자 씨를 어떤 사연이 있기에 종진 씨가 보살피고 있는 것일까?

등산 동호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친한 누나 동생 사이로 친분을 쌓았고,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유난히 잘 통했다. IMF 한파로 직업을 잃고 방황하던 종진 씨에게 피혁의류 샘플제조 사업을 하고 있던 경자 씨가 일자리를 내주면서 두 사람은 더욱 친한 사이가 됐다.

그러나 경자 씨의 사업도 오래 가지 못했고, 그런 와중에 경자 씨에게 루게릭병이 발병해 사업을 접게 되면서 종진 씨가 경자 씨를 돌보게 된 것이다.

▲ 일당 5천 원 부업하며 생계유지

"누나가 처음부터 이렇게 중증이었다면 저도 감히 돌보겠다고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종진 씨는 서서히 힘들어지는 경자 씨를 두고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새 경자 씨는 중증와상장애인이 되어버렸다. 이미 심각한 상태가 됐지만 종진 씨는 경자 씨가 조금이라도 나을 수 있을까 싶어 매실원액. 솔잎가루, 쑥 가루, 마늘 가루 등 몸에 좋다는 재료들을 구해 먹이고 있다.

몸은 마비되지만 의식은 점점 또렷해지는 잔인한 루게릭병.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궂은 간병 일을 해내는 종진 씨의 이런 정성이 주위에 알려져 이웃들을 감동시켰고, 고생이 많다며 음식을 싸다 주는 사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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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안타까운 것은 24시간 경자 씨를 돌봐야하기 때문에 종진 씨가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수급자로 책정되어 한 달에 70여 만원 하는 보조금이 나오고 있지만 경자 씨에게 들어가는 유동식이며 기저귀 등 소모품과 각종 세금, 경자 씨를 운반하는 문제 때문에 1층으로 이사하면서 빌린 대출금 등 가구 지출은 월 80만 원이 넘는다.

그래서 종진 씨는 틈틈이 집에서 문구류 포장 부업을 하고 있다. 많이 해봐야 하루에 5천원 꼴이지만 생계가 달려 있기에 쉴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특별한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때문에 관공서의 혜택을 받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 두 사람 함께 백두대간 재 완주 소망

두 사람의 의사소통은 김종진 씨가 만든 한글 낱말 판이 있어야 가능하다. 'ㄱ'부터 시작해서 한 글자씩 지날 때 최경자 씨가 눈을 깜빡이면 해당 낱말을 적는다. 그러다 보니 한 문장을 완성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경자 씨가 또 무슨 말인가 할 이야기가 있는지 낱말 판을 찾는다.

김종진 씨가 무슨 일인가 싶어 낱말 판을 보여주며 받아쓰는데 완성된 문장은 '많이 고맙고 미안해'. 눈물을 흘리는 최경자 씨와 쑥스러운 미소를 보이는 김종진 씨의 모습에서 피보다 진한 우정이 느껴진다.

"누나, 빨리 일어나서 다시 백두대간 완주하자" 아직 맛보지 못한 인생의 정상을 향해 두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중증와상장애인에게 사랑을 > 캠페인의 두 번째 주인공,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최경자 씨와 간병인 김종진 씨의 감동적인 사연은 CBS 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를 통해 볼 수 있다. < 4월 20일(일) 오후 4시 35분 / sky life 412번, 지역 케이블 TV, CBS-TV 인터넷 방송(www.CBS.co.kr) >

※ < 중증와상장애인에게 사랑을 > 캠페인은 2008년 4월 한 달 간 'CBS-TV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복지재단이 함께 루게릭병·근육병 환자들과 같은 중증와상장애인에게 리모콘 조작으로 몸을 일으키거나 움직일 수 있게 도와주는 '전동침대'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 후원방법
※계좌 : 기업은행 1004-1009-91 (예금주 (재) 기독교 방송) ※ARS : 060-808-1009※문의전화 : 02-2650-7840 ※보내주신 성금은 전액 '최경자'씨에게 전달된다.

▲ 수호천사 사랑의 달란트를 나눕시다
풍요로운 이 시대에도 빈곤, 질병, 장애, 결손 등의 이유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소외된 이웃들이 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여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전문기관을 주축으로 사회 각 기관 및 시청자가 참여하여 나눔과 섬김을 실천함으로써 일회적 온정이 아닌 소외된 이웃의 자립을 도모하는 신 개념의 이웃사랑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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