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따라/지금세상에는

서울대 시국선언장에 보수 노인들 난입

法光 2009. 6. 3. 22:48

서울대 시국선언장에 보수 노인들 난입

"집에 있는 강아지가 죽어도 서거라고 부르냐" 막말

김동현.박준석 기자
서울대교수들 시국선언, 항의하는 보수단체회원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일 서울대학교 신양인문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서울대교수 시국선언' 기자회견장에서 교수들이 준비한 시국선언문을 찢어버리는 등 난동을 피우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장에 보수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노인들이 난입해 기자회견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3일 오전 11시 서울대 신양인문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이 기자회견에서 서울대 교수 100여명은 시국선언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 기자회견 도중 보수단체 회원들로 보이는 노인 20여명이 난입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왜 하지 않느냐'는 등의 꼬투리를 잡으며 방해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갑수 교수의 시국선언문 발표가 끝나자 사회를 보던 이준호 교수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겠다며 기자들에게 질문할 것을 청했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자회견 전부터 회견장 곳곳에 자리잡고 있던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를 차고 일어서며 “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 것인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은 왜 안하느냐”, “애국가는 왜 부르지 않느냐”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회자의 정중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같은 내용을 반복하며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들 중 한 회원은 ‘어떻게 오게 되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뉴스를 보고 알게 되었다”며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이라고 밝혔다.

질문이 아닌 항의와 온갖 욕설을 쏟아내던 이들 중 몇명은 급기야 단상쪽으로 몰려나가 교수들을 둘러싸고 “왜 북핵문제는 이야기 하지 않느냐”, “왜 노무현 죽음이 서거냐, 자살이지”, “500만표도 더 받은 대통령이 누구랑 화합해야 하느냐”라면서 더욱 거세게 항의했다. 특히 한 회원은 교수들이 낭독한 시국선언문을 빼앗아 갈기갈기 찢기도 했다.

5분여간 중단된 기자회견은 한 교수가 보수단체 회원들이 제기한 3가지에 대해 정중히 사과를 표명하고 나서야 이어갈 수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이 회견장을 빠져 나간 후에도 이들은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지 허공을 향해 또 독설을 쏟아냈다.

서울대교수들 시국선언, 항의하는 보수단체회원들

3일 서울대 교수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려 기자회견이 중단되는 소동을 빚었다.ⓒ 김철수 기자



이들은 “노무현이 죽은 것이 왜 서거냐, 자살이지”, “너희들은 집에 있는 강아지가 죽어도 서거라고 부르냐”는 등의 고함을 한동안 지르고 나서야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표정의 이들은 건물밖으로 나가 한참을 함께 걸으며 ‘종로’로 돌아갈 교통편을 숙의했다. 이때 어디선가 나타난 선글라스를 낀 한 사람이 이들 중 9명 가량을 승합차에 태워 데려갔으며 나머지 회원들은 지하철을 타기 위해 따로 이동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4월28일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촛불1주년 기념 토론회’에도 난입해 행사를 방해하고 여성 한명을 집단 구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들과는 반대로 서울대학교 학생 100여명은 강의실 앞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승합차에 올라타는 보수단체 회원들

3일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난동을 부렸던 보수단체 회원들. 이들은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이 보수단체 9명 가량을 승합차에 태워 데려갔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서울대교수들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들은 3일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4명의 명의로 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

3일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교수는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 교수 124명의 명의로 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