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불자들이 알고 있는 경전의 내용 중에 앙굴리 말라 이야기가 있다. 앙굴리 말라는 인도말로 ‘손가락 목걸이를 한 자’라는 뜻인데 그는 원래 촉망 받는 한 외도 수행자의 제자였다. 천명의 사람을 죽여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하면 해탈할 수 있다는 잘못된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구백구십구명의 목숨을 빼앗아 그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마지막 한 사람의 희생자를 찾고 있던 앙굴리 말라를 부처님은 천안으로 보시고 전생에 이 수행자가 많은 수행을 해왔고 정법으로 인도되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아셨다. 그리고 그날 그의 어머니가 그를 찾아가게 되어 있는데 만약 그가 그의 어머니를 죽이게 되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영영 진리를 깨달을 수 없다는 사실을 헤아려 아시고 직접 앙굴리 말라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를 제도하게 된다. 흉악한 살인자였던 앙굴리 말라는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는 청정한 수행자가 됐다.
어느 날 앙굴리 말라 존자는 근처 마을로 탁발을 나갔는데 도중에 어느 젊은 부인이 아기를 낳다가 큰 위험에 빠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 문제없이 그 산모가 아기를 잘 낳아 주기를 바랐지만 어떤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탁발에서 돌아온 앙굴리 말라 존자는 부처님께 자신이 본 것과 들었던 생각에 대해 말씀드렸고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앙굴리 말라 존자여, 가서 그 산모에게 ‘나는 태어난 이후 어떠한 생명도 해치지 않고 청정하게 살았고 그 공덕으로 당신과 아기가 더 좋아질 것입니다’라고 말하라. 그러면 그 산모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무수한 생명을 해치고 살았는데 어찌 거짓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나는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한 이후 어떠한 생명도 해치지 않고 청정하게 살았고 그 공덕으로 당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라고 말하라.”
“예, 저는 분명히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한 이후 청정하게 살았습니다. 그것은 사실이고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앙굴리 말라 존자는 위험에 처한 그 산모를 찾아가 청정하고 확실한 믿음으로 자신이 청정하게 살아왔음을 말하고 그 공덕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 산모는 기적처럼 아기를 순산할 수 있었다. 이 기적과 같은 일은 앙굴리 말라 존자의 청정한 믿음에 의한 공덕으로 일어난 것이다.
고단하고 분주했던 한 해가 가고 이제 기축년 한해가 새로 시작되었다. 한 해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많은 불자들 또한 올 한 해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고 괴롭고 불행한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지혜는 더욱 늘어나기를 간절히 염원할 것이다. 그러한 염원과 발원은 적극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앙굴리 말라 존자가 보여주었던 그런 청정한 믿음을 통해서도 분명히 성취될 수 있다. 청정한 믿음은 자신 있게 그 믿음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노력이 선행될 때 가능할 것이다. 새해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청정한 믿음을 통해 만사형통하기를 바라면서 내가 지었던 작은 선업의 공덕을 회향하고 싶다.
지장 스님 서울 대원정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