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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딛고 재기무대 서는 코미디언 이동우씨

法光 2010. 12. 30. 12:16

시각장애 딛고 재기무대 서는 코미디언 이동우씨

매일경제 |

 
"희망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말들을 하잖아요. 지금 제게는 뚜렷한 희망이 있고, 그러다보니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과 행복함이 커졌어요."

지난달 29일 오후 평화방송에서 만난 코미디언 이동우 씨(40)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 5% 정도의 시력만 남아 있는 1급 시각장애인. 밤에는 앞을 전혀 볼 수 없고, 옆에 앉아 있는 게 사람인지 곰인지도 구별하지 못한다. 결혼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았던 2004년 봄, 의사는 그에게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희귀한 병명과 함께 "마흔 전후에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얼마 뒤 아내가 뇌종양 수술 중 왼쪽 청력을 잃게 되는 시련도 겪었다. 그런데도 그는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 병을 진단받았을 때 그는 우울증도 겪었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본인의 병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도 없었다. 육신과 정신이 모두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 이리저리 구르고 깨지고 다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때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 "이혼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 그에게 아내는 "볼 수 있을 때 세계 여행이나 다녀오라"고 했다. 딸아이는 "아빠 눈이 아파서 내 마음도 아프다"며 그를 안아주었다.

사람들이 보내준 응원과 관심 역시 그에게 '다시 꿈틀댈' 분명한 목적의식을 심어줬다. 지난해 말 그가 TV에서 자신의 병을 공개했던 것은 그저 "지팡이를 짚고 나섰을 때 사람들이 의아해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에서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예상 밖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제가 무슨 장동건 씨쯤 되는 줄 알았어요"라며 웃었다.

"인터넷에 올려주신 글들을 보니 용기가 났어요. 그 응원들 덕에 이상과 희망을 갖고 쉼없이 꿈틀거리는 것이야말로 진짜 살아 있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울컥'할 때도 많다. 가장 서러울 때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느낄 때다. 선글라스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는데도 사람들은 어깨가 부딪쳤다거나 지팡이로 건드렸다는 이유로 욕을 하며 화를 낸다고 했다.

"외국에선 제가 지팡이를 짚고 길을 나서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길이 생겨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 앞으로 오토바이가 돌진해 오죠. 저희는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작은 돌뿌리조차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죠. 조금만 여유를 갖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이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간의 이야기를 엮어 '5%의 기적'이라는 책을 펴낸 것 역시 그런 의미에서다. 이달 중순부터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오픈 유어 아이즈'를 대학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그냥 현재에 충실하게 살기로 했어요. '기대' 대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겁니다."

[정아영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